요즘 실적 발표 시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단어가 있다. CAPEX.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네 회사가 2026년에 쓰겠다고 밝힌 CAPEX 가이던스를 그냥 단순히 더하기만 해도 7,300억 달러가 넘는다(회계연도 기준이 회사마다 조금씩 달라 정확한 비교는 아니고, 대략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단순 합산이다). 오늘 환율(약 1,368원/달러)로 환산하면 약 1,000조 원 수준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최근 실적 시즌에서 CAPEX가 주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는 클라우드 성장이나 매출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도 CAPEX 가이던스가 예상보다 커지자 주가가 빠졌다. 반대로 아마존은 CAPEX 전망을 오히려 더 올렸는데도 주가가 급등했다. 왜 어떤 회사는 CAPEX를 늘려서 혼나고, 어떤 회사는 늘려서 칭찬받았을까. 도대체 CAPEX가 뭐길래, 왜 다들 이 얘기만 하는지, 회사마다 실제로 얼마씩 쓰고 있는지, 그리고 이 돈이 정말 남는 장사인지까지 오늘 한번 뜯어본다.


CAPEX가 정확히 뭔데? - OPEX랑 뭐가 다른가
CAPEX(Capital Expenditure, 설비투자)는 데이터센터, GPU, 서버, 토지처럼 오래 쓰는 자산에 들어가는 돈이다. 사는 순간 비용으로 전부 잡히는 게 아니라 일단 자산으로 잡혔다가 감가상각을 통해 몇 년에 걸쳐 나눠서 비용 처리된다. 반대로 OPEX(Operating Expenditure, 운영비)는 급여, 마케팅, 임대료처럼 쓰는 즉시 비용으로 잡히는 돈이다. 이게 투자자 입장에서 왜 중요하냐면,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 '영업활동 현금흐름 - CAPEX'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잘 나와도 CAPEX가 그보다 더 빨리 늘면 실제로 회사에 남는 현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지금 빅테크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정확히 이거다.

그래서 왜 다들 CAPEX 얘기만 하나 - AI 인프라 '군비경쟁'
2026년 들어 CAPEX가 갑자기 화두가 된 이유는 하나,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다. GPU·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에 쏟아붓는 돈이 너무 커지다 보니 이제는 "이걸 못 따라가면 AI 경쟁에서 진다"는 식의 '군비경쟁(arms race)' 프레임으로 다뤄진다. 골드만삭스는 5월 낸 'Tracking Trillions' 리포트에서 2026년 한 해 AI 관련 CAPEX(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합산)가 약 7,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고, 2026~2031년 누적으로는 약 7조 6,000억 달러가 들어갈 걸로 봤다. 그런데 이 보고서조차 이 숫자를 확정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칩 수명,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배치 병목 같은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더 흥미로운 건 시장 반응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는 클라우드 성장세가 강했는데도 CAPEX 가이던스를 올렸다는 이유로 주가가 빠지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같은 이유로 CAPEX를 올린 아마존은 오히려 주가가 뛰었다. 2023~2024년엔 CAPEX를 늘린다고 하면 대체로 환영받았는데, 2026년엔 회사와 맥락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갈리기 시작한 셈이다.

빅테크 4곳, 실제로 얼마씩 쓰고 있나
마이크로소프트 — FY2026(2025.7~2026.6) 실제 CAPEX는 1,159억 5,000만 달러로 전년(645억 5,000만 달러) 대비 약 80% 늘었다. 2026 캘린더이어 기준으로 CFO 에이미 후드는 실적 콜에서 약 1,750억 달러로 가이던스를 다시 제시했는데, 이는 투자 자체가 늘어난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 리스 일부를 금융리스에서 운용리스로 재분류한 회계상 효과다(운용리스는 CAPEX로 잡히지 않는다). 후드는 "이 영향을 빼면 2026 캘린더이어 투자 계획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글(알파벳) — 2026년 CAPEX 가이던스를 한 해 동안 세 차례 올렸다. 2월 1,750억~1,850억 달러 → 4월 1,800억~1,900억 달러 → 7월 1,950억~2,050억 달러. 2025년 실제 CAPEX가 약 800억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2026년 중간값 기준 약 2.5배 수준이다. 7월 발표 직후 클라우드 매출이 82% 늘고 수주잔고(RPO)가 5,140억 달러로 불었지만, 앤스로픽·스페이스X 지분평가차익 약 990억 달러를 걷어낸 조정 EPS는 2.85달러로 컨센서스(2.89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결국 주가는 5~7% 빠졌다.
아마존 — 네 회사 중 유일하게 CAPEX를 늘리고도 주가가 오른 곳이다. 2026년 현금 CAPEX를 약 2,200억 달러로 상향했다(7월 실적 발표, 기존 약 2,000억 달러에서). 이유는 GPU가 아니라 D램·HBM 같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었다. 같은 분기 AWS 매출은 36.7% 늘어 18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시장은 CAPEX 증가를 우려보다는 확실한 수요의 증거로 받아들이며 주가는 실적 발표 후 7% 넘게 뛰었다.
메타 — 2026년 CAPEX 가이던스가 1월 1,150억~1,350억 달러 → 4월 1,250억~1,450억 달러 → 7월 1,300억~1,450억 달러로 조정됐다. 2025년 실제 CAPEX(722억 달러)와 비교하면 상단 기준 약 2배 수준이다. 다만 2분기 순이익은 전년比 13.6%, 주당순이익(EPS)은 13.4% 감소했고, 분기 CAPEX만 310억 달러를 넘으면서 영업현금흐름(319억 달러) 대비 잉여현금흐름은 7억 8,4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CFO는 "AI 슈퍼인텔리전스랩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저커버그는 "2026년 상당 기간 용량이 부족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 CAPEX가 현금흐름을 집어삼킨 사례
오라클은 이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회사다. FY2026(2025.6~2026.5 결산) CAPEX가 557억 달러로 전년(212억 달러) 대비 2.6배 늘었다. FY2027 가이던스는 순유출 기준 약 700억 달러, 총 CAPEX는 900억~95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수주잔고(RPO)는 6,3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3% 늘었는데, 오라클 스스로 밝힌 바로는 이 중 약 750억 달러가 대형 AI 계약에서 고객이 하드웨어 비용을 선지급했거나 GPU를 직접 공급한 몫이다 — 확정 매출이 아니라기보다는, 오라클 입장에서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약 구조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작 중요한 숫자는 이거다: FY2026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20억 달러였는데, 여기서 CAPEX를 빼고 나니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237억 달러였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는 로이터 기준 12%, CNBC 기준 11% 등 매체별로 10~12%대의 급락을 기록했다.

근데 이 돈, 진짜 남는 장사일까 - 회의론자들의 경고
모두가 낙관적인 건 아니다.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2025년 11월,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서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오히려 늘려서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엔비디아 GPU 중심의 하드웨어는 2~3년마다 세대교체가 일어날 만큼 빨리 낡는데, 그렇다면 감가상각 기간은 오히려 짧아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로 자산 수명을 늘려서 매년 잡히는 감가상각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버리는 이 방식으로 2026~2028년 사이 빅테크 전체에서 약 1,760억 달러의 감가상각비가 실제보다 적게 잡힐 걸로 추산했고, 특히 오라클은 이익이 27%, 메타는 21% 부풀려질 수 있다고 콕 집었다.
공교롭게도 이 경고가 나온 지 8개월 만인 2026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슷한 결의 조치를 실제로 내놨다. FY2027부터 데이터센터·사무용 건물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CFO 에이미 후드는 "운영 경험과 자산의 예상 사용 기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회사는 이번 변경이 FY2027 영업이익에 미치는 효과를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히 짚을 부분이 있다. 버리가 문제 삼은 건 GPU 등 컴퓨팅 하드웨어의 빠른 기술적 노후화였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늘린 건 데이터센터·사무용 건물의 수명이다. 서버·네트워크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은 이번에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례를 버리의 경고가 그대로 적중한 사례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빅테크가 감가상각 방식을 자산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큰 틀의 문제의식과 결이 닿아 있는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다.
여기에 더해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우려도 있다. AI 생태계에서 엔비디아 같은 공급업체가 오픈AI 같은 고객사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신용·클라우드 크레딧을 제공하고, 그 고객사가 다시 공급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가 여러 겹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구조 자체가 회계 부정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공급사와 고객사의 투자·구매·크레딧 계약이 서로 얽히면서 어디까지가 진짜 최종 수요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다.

쉬어가기 - 1990년대에도 똑같은 얘기가 있었다
사실 "너무 많이 짓고 있다"는 걱정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미국 통신법 개정 이후 5년 동안 통신회사들은 광케이블을 깔고 통신망을 늘리는 데 5,000억 달러 넘게 쏟아부었다. 대부분 빚으로 조달했는데, 당시 FCC 위원장이 2002년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바로는 업계 전체 부채가 1조 달러에 달했고 "상당 부분은 절대 갚지 못해 투자자들이 손실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20% 정도만 건졌고, 통신회사들의 시가총액은 2년 만에 7,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당시 회사 중 하나였던 월드컴은 2002년 7월 자산 1,070억 달러 규모로 파산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기업 파산 기록이었다(나중에 리먼브라더스가 이 기록을 넘어섰다). 글로벌 크로싱이라는 회사도 1999년엔 기업가치 470억 달러를 찍었다가 2002년 1월 자산 224억 달러, 부채 124억 달러 상태로 파산했다. 연간 이자만 6억 달러씩 내야 했는데, 정작 흑자를 낸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의 AI 데이터센터 붐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순 없다. 광케이블은 결국 수요가 따라잡으면서 지금 인터넷 인프라의 기반이 됐고, 당장 빅테크들의 현금 사정은 90년대 통신사들보다 훨씬 튼튼하다. 하지만 "수요가 있을 거라 믿고 먼저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는 구조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리하면 - 이 CAPEX,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하나
CAPEX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실제 수요가 있고 그 자산이 돈을 벌어준다면 오히려 미래 성장의 씨앗이다. 문제는 (1) 이 지출이 진짜 수요에 기반한 건지, 아니면 "경쟁사가 하니까 나도" 식의 방어적 지출인지, (2) 감가상각 가정이 현실적인지, (3) 이 돈을 계속 감당할 만큼 현금흐름이 받쳐주는지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은 그래도 본업(클라우드·검색·이커머스)에서 현금이 잘 들어오고 있어 감당 여력이 있는 편이지만, 오라클처럼 CAPEX가 영업현금흐름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회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제 "얼마나 버는가"만큼이나 "그 돈 벌자고 얼마를 태우고 있는가"를 같이 봐야 하는 시점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개별 기업 실적과 가이던스는 이후 조정될 수 있으니, 투자 판단과 책임은 반드시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Microsoft FY2026 Q4 실적 및 IR 자료, The Register, MLQ News, PYMNTS(감가상각 내용연수 변경) · Alphabet Q4 2025~Q2 2026 실적 발표, CNBC · Amazon Q2 2026 실적, Fierce Network, Data Center Dynamics · Meta Q2 2026 실적 발표(공식 IR) · Oracle FY2026 Q4 실적 발표(공식 IR), MLQ News · Goldman Sachs "Tracking Trillions"(2026.5) · Michael Burry 발언 및 CNBC 보도(2025.11) · Wikipedia "Telecoms crash", PBS NewsHour(월드컴), Wikipedia "Global Cro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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